봄이 절정에 다다랐다. 분홍과 노랑의 꽃잎들이 화단과 거리를 수놓고, 가로수마다 푸르른 잎을 뽐내며 일상에 생기를 더한다. 하지만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마음은 봄바람 앞에서도 무겁기만 하다. 보훈가족의 상황도 마찬가지일 터. 그런 보훈가족의 마음을 상담을 통해 보듬어주고, 일상의 회복을 도와주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심리재활집중센터의 신기숙 센터장을 만났다.그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심리재활과 건강한 생활을 위해 ‘마음나눔터’가 201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왔다. 신 센터장은 특히 지난
우리나라에 보훈제도가 시작된 후 보훈복지는 국가유공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되었다. 이는 우리 보훈제도가 국가보상과 사회보장의 양면성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전쟁의 그림자로 국가 체계와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보훈은 각종 수당으로 대표되는 보상정책과 함께 선제적으로 사회보장정책을 실시해 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1952년 전몰군경 유족과 상이군경을 대상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1961년 국립원호병원, 1963년 종합원호원이 설립되는 등 촘촘한 의료·복지 네트워크가 구축되기 시작했다.‘보훈’의 의미와 가치
화가의 꿈을 잠시 뒤로 하고 광복군으로 항일 투쟁에 투신한 후 다시 6·25전쟁에 참전했던 고 최덕휴 화백. 죽음을 넘나드는 격동의 세월이 지난 후 40여 년간 한국 화단과 미술교육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최 화백은 그림에 한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가이자 참전유공자였다. 1998년 타계한 그의 정신과 그림에 대한 열정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 화백의 후손 최희용 광복회 경기 용인지회장을 만났다.“내년은 저의 선친이신 최 화백의 탄신 100주년입니다. 화가로 독립운동에 참여하시고, 이어 6·25전쟁에 참전하신 그분의 뜻을 오늘에
남쪽에서부터 깨어난 봄기운이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3월 중순이 넘어가는 울산은 조금씩 피어난 분홍꽃이 연한 초록빛의 새싹들과 섞여들며 완연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화사한 햇살처럼 따스한 웃음이 아름다운 정정아(45) 직업상담사를 만났다. 그는 취업을 희망하는 보훈가족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직업이란 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상담을 하면서도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언제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자
6·25전쟁 당시 프랑스 부대 소속이었던 박동하(93), 박문준(90) 참전용사가 프랑스 부사관과 병에게 수여되는 최고 무공훈장인 군사훈장을 받았다.박동하, 박문준 참전용사는 지난달 11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필립 프로프 프랑스 대사로부터 영예의 군사훈장을 전달 받았다.이날 서훈식에는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함께 참석해 “두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드리고, 한국인 장병을 잊지 않고 프랑스 군사훈장을 수여해 준 프랑스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눈빛, 손짓으로 소통하며 전우애 확인” 박동하
대륙과 해양, 문명과 문명, 제국과 제국, 이념과 이념 사이에 놓인 경계국가·교량국가의 위치로 인해 역사적으로 한국문제는 언제나 국제문제요 세계문제였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로 연결되었고, 한반도의 전쟁은 동아시아와 세계의 대충돌과 희생으로 연결되었다.그만큼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규모와 희생과 성격에서 세계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의 전쟁 중의 하나인 6·25 한국전쟁 역시 당대 세계의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한반도에서 대결한 전형적인 세계시민전쟁이었다.
6·25전쟁 70주년 등을 지나며 국가보훈처가 주도하는 국제보훈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열렸던 각종 참전행사 등을 거치며 참전국들과 만들어진 연대가 점차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는 양상이다.최근 들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잇달아 참전국 대사들을 만나는 ‘참전국 은혜에 대한 보답 행보’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의 마스크 외교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황기철 보훈처장은 지난달 3일 후안 카를로스 카이자 로즈로 주한 콜롬비아대사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대사, 5일에
책보자기 대신 30kg이 넘는 통신기를 등에 짊어지고 학교 대신 전장으로 향했던 15세 소년이 있었다. 나라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나이마저 속이며 자원입대해 기꺼이 6·25전쟁에 나섰던 소년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고 있다. 진해중학교 교정의 참전기념비에 남겨진 전우들의 이름을 바라보는 손담(87) 6·25참전유공자회 경남 창원시 진해지회장의 눈가에는 자부심과 함께 지난 세월의 회한이 스치는 듯 했다.아흔 가까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손담 지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참전유공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그는 인생의 선배이자
충북북부보훈지청 보상팀 이지혜지난해 11월 열린 시상식에서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된 충북북부보훈지청 보상팀 이지혜(40) 주무관은 든든한 보훈인패를 받아들며 보훈처에서 일한 지난 15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20대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쌓인 세월만큼 성장한 보훈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를 확인하는 듯 했다. 이지혜 주무관은 지난해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에 관한 법률이 아닌 타 법률과 정책에 따라 보훈대상자가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 초 갑작스레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시선이 태평양 너머 먼 곳에 머문다. 2020년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한국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다. 아직도 그날의 잔영이 남아 있다. 다시 시선이 안으로 옮겨진다. 일제 강점기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의 투쟁을 소재로 한 ‘말모이’라는 영화다.1929년부터 1942년 4월까지 엄혹했던 시대, 13년에 걸친 노력으로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위한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극로·최현배·이희승 선생을 비롯한 회원 33명이 피체되었고, 그 중 이윤재·한징 선생 등 두 분은 미결수 상태에서 옥중
국가유공자는 살아온 삶 그 자체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스스로 세운 높은 도덕적 의무를 수행한 국가유공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되찾고, 지키고, 바르게 세운 주역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든든한 토대가 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오늘 다시 국가유공자 개인으로, 그리고 유공자 단체의 활동으로 더 커다란 강물을 이루며 이어진다.국가보훈처는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을 지원하는 국가유공자 단체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단체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거쳐 ‘미래’를 향한 우리 사회의 역할을 담당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구순의 참전유공자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의 손에는 태어날 때부터 스무 살 어린 청년으로 전쟁에 참가했던 고난의 경험과 이후 지금까지 일궈왔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들려있었다. ‘빛나는 내 인생’이라 적힌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빛나는 얼굴을 한 그의 곁에는 그를 도와 자서전을 완성한 손녀딸 같은 영주여고 학생들이 서 있었다. 지난해 ‘빛나는 내 인생’ 자서전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참전유공자 어르신 12명과 경북 영주여고 학생 24명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됐다. 6·25전쟁 70주
드넓은 대전현충원 묘역에 흰 눈이 쌓여 장관이 펼쳐진 가운데, 묘소를 누비며 비석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이가 있다. 반듯한 비석 위에 선명한 글자들이 빛을 내고 있었고, 비석을 어루만지는 손길에는 정성이 가득 담겼다.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장병길 주무관(35)은 지난해 비석건립 업무를 담당하며 빛바랜 비석을 재정비했다. 1980년대 문을 연 대전현충원. 40년의 세월 앞에 몇몇 비석의 글씨도 희미해지자 비석건립을 맡았던 장병길 주무관은 흐려진 비석들을 찾아내 다시금 국가유공자의 자랑스러
사람의 일생에는 시기별로 그에 응당한 소임이 주어진다. 청소년기에는 학업에 열중하여 미래의 일꾼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주어진 과업에 충실해야 한다. 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면 집안을 돌보고 자녀를 양육하여야 한다. 한 개인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국가와 국민도 마찬가지다. 그 처한 시대에 따라 시대적 소임, 즉 시대정신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소임을 다해야 한다. 이는 국가와 민족을 보전하기
독립·호국·민주, 국가기념일과 기념식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새겨진 독립·호국·민주의 순간과 그 현장을 지킨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국경일 혹은 국가기념일을 지정하고, 그 역사가 서린 현장에서 정부기념식을 개최한다. 그것은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바로 세운 뜻을 오늘 우리의 가슴에 되새겨 미래 민족공동체의 번영을 향한 에너지로 삼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뜻에서 독립·호국·민주 관련한 국경일과 국가기념일은 매년 찾아오는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선열들이 강토에 흘린 피와 눈물의 역사’이고, 그것에 대한 공동체의 기억이다.국경일, 3·1
“대전현충원 모신 참전유공자 부친 뜻 보답” 연말연시 국가유공자를 지원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갑작스러운 코로나19로 모두가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백인아이윌 양광식(53)·백인종합건설 양요식(51) 대표와 엔오엔 우덕구(42) 대표가 지방보훈청을 찾아 기부의사를 밝혀왔다. 국가유공자를 생각하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담은 이들의 기부에 추운 겨울이 한결 포근해졌다.지난해 12월 16일 백인아이윌 양광식 대표와 백인종합건설 양요식 대표는 광
독립과 호국,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의 물결들이 어떻게 구비치며 오늘의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는가.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2020년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및 6·25전쟁 70주년을 지나며 우리는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그 굴곡들이 갖는 의미를 깊이 되새겼다. 지난 역사 속에서 ‘보훈’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며 보훈이 적극적으로 우리 공동체의 발전과 진보의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은 과 함께 이 흐름을 이어 새해 연간 기획 ‘보훈, 미래를 위
전남 순천의 작은 마을의 한 주택, 겨울을 잊은 듯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고요한 정적을 깨는 가위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는 작은 미용실이 열린 듯 6·25참전유공자 차공석(87) 어르신의 배우자 박순자(84) 어르신의 머리를 다듬는 정삼례(59) 보훈섬김이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미용실을 가지 못해 자라난 박순자 어르신의 머리카락은 정삼례 보훈섬김이의 손길이 닿자 금세 단정하게 정리됐다.정삼례 보훈섬김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보훈가족들이 바깥 활동을 못하게 되자 가위와 미용 도구를 준비해 머리를
기억, 성찰, 그리고 평화. 6·25전쟁 70주년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오늘을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깊이 있는 토론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여러 기념사업을 펼쳤다. 은 국방홍보원 와 함께 좌담회를 열어 올 한 해 동안 진행된 70주년 기념사업의 의미와 남은 일, 그리고 새로운 미래보훈을 위한 과제를 함께 짚어본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정호섭 6·25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캠벨 에이시
독립운동가 서훈과 독립유공자 지정은 관련법에 따르는 것이지만, 법의 제정이나 적용은 독립운동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또한 독립운동이 한국사회에 준 공헌이나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정치·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17일 독립기념과 독립운동사연구소는 ‘독립운동가 서훈의 역사와 과제’라는 학술포럼을 열고 독립운동가 서훈이 시기별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검토하고 향후 발전과정을 검토했다. 이날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의 발표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요약 정리한다